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5 e스포츠 월드컵(EWC)이 오는 8월 24일 막을 내린다. ‘페이커’ T1 등 세계 최정상급 팀들이 출전하고, 사우디 정부가 수천억 원을 쏟아부은 대규모 대회였지만, 정작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 “e스포츠로 이미지 세탁한다” 인권 문제 외면한 개최국
- 페이커 출전에도… 팬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는 사실상 외면
- 자국팀 우승에도 화제성은 ‘글쎄’… 소셜미디어 운영도 지적
- 돈만 많고 전략은 없다?
“e스포츠로 이미지 세탁한다” 인권 문제 외면한 개최국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이 대회의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다.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는 표현의 자유 억압,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이주 노동자 학대 등 다양한 인권 문제로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 특히 2018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우디가 주최하는 e스포츠 대회는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에 투자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자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리기 위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 활용이라는 것이다.
e스포츠 저널리스트 리처드 루이스는 “EWC와 포뮬러1(F1) 등의 이벤트는 단순한 이미지 세탁을 넘어,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포츠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사우디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그 전략은 현재까지는 실패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이 대회가 열리는지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페이커 출전에도… 팬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EWC 2025에는 한국의 T1 소속 ‘페이커’ 이상혁도 참가했으며, T1은 사우디 국부펀드가 소유한 관광 개발사와 대규모 스폰서십 계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이런 빅뉴스에도 불구하고 대회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회 자체의 홍보 성과도 저조했다. 《모바일 레전드》(Mobile Legends: Bang Bang)나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PUBG Mobile) 등 일부 종목은 일정 수준의 흥행을 거뒀지만, 대부분의 경기는 동종 대회 대비 낮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는 사실상 외면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와 《발로란트》(Valorant) 경기에서 아예 자사 공식 채널을 통해 EWC를 홍보하지 않았다. 사우디의 자금을 받긴 했지만, 그 선택을 공개적으로 강조하진 않은 셈이다.
《발로란트》 부문에서는 팀 헤레틱스가 우승했지만, 해당 커뮤니티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가 110만 명을 기록했으나, 이는 라이엇 게임즈가 매년 개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토너먼트인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수치는 흥행이라 보긴 어렵다.
한편《리그 오브 레전드》부문에서는 대한민국의 젠지(Gen.G Esports)가 우승을 차지했다.

자국팀 우승에도 화제성은 ‘글쎄’… 소셜미디어 운영도 지적
자국팀 팀 팔콘스(Team Falcons)가 《오버워치》(Overwatch) 종목에서 우승했지만, 《오버워치》 e스포츠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의 관련 게시물 반응은 1,000건도 넘지 못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회인 OWCS 댈러스의 우승 발표 게시물은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반응을 끌어냈다.
EWC 공식 계정 역시 소셜미디어 전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들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5년 전 유행한 틱톡 포맷에 머물러 있고, 창의적인 콘텐츠는 거의 없으며, 공식 웹사이트도 정보 탐색이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다.
X(구 트위터) 계정은 “팀 시크릿 탈락”과 같은 단편적인 문구만 게시하고 있어, 이 대회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유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여러 종목이 동시에 열리는 대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 방식이다.
돈만 많고 전략은 없다?
EWC는 총 1000억 원 가량의 막대한 상금으로 주목받았지만, 단순히 돈이 많은 것만으로 성공적인 대회가 되지는 않는다. 팬들은 더 많은 콘텐츠, 더 나은 소통 전략, 더 진정성 있는 운영을 기대한다. 최근 확산 중인 e스포츠 베팅 문화처럼, 팬들이 실시간으로 경기에 몰입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행보로는, 진짜 ‘문화 중심지’를 꿈꾸기엔 한참 부족하다. 대회는 진행되고 있지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업데이트 날짜: 2025년 9월 17일 오전 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