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포켓몬》, 《리그 오브 레전드》 (일명 ‘롤’) 등… 모두가 즐기는 게임을 왜 일부러 피할까? 요즘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안티트렌드’ 유저들이 점점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유행하는 게임을 일부러 피하거나, 아예 언급 자체를 꺼린다. 남들이 다 하는 게임을 안 했다고 해서 뒤처졌다고 느끼기보단, 그 틈에서 자신의 리듬을 지키려는 태도다.
- “안 해봤어요… 근데 일부러요.”
- ‘모두가 해본 게임’에 느끼는 압박감
- “나만 안 해본 게임” 안티트렌드 유저의 진짜 이유
- “진입장벽”…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 안 해본 사람들의 연대감
- 모두가 즐기지 않아도 괜찮다
트렌드 중심의 문화가 압도적인 시대, 이들은 그 흐름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다. 어쩌면 이 조용한 거부가, 가장 또렷한 자기표현일지도 모른다.
“안 해봤어요… 근데 일부러요.”
아니, 롤을 안 해봤다고요?
그 시절에 포켓몬 안 해본 사람이 어딨어?
이 질문은 단순한 놀라움이라기보다, 무언의 기준을 전제한다. 당연히 해봤을 법한 게임. 그 시절엔 누구나 했던 게임. 그래서 해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에는 미묘한 파장이 생긴다. 그저 게임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어쩐지 설명을 덧붙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괜히 뭔가를 빠뜨린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모두가 해봤다고 여겨지는 게임’을 일부러 피해가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그들이 꺼리는 건 게임 그 자체라기보다, ‘모두가 해봤다는 전제’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배경엔 생각보다 많은 감정과 이유가 얽혀 있다.
‘모두가 해본 게임’에 느끼는 압박감
트렌드 게임에는 언제나 강력한 ‘합류 압력’이 뒤따른다. 메타는 빠르게 움직이고, 콘텐츠는 쏟아진다. 친구들끼리의 대화는 그 게임의 밈(meme)과 용어로 점점 더 촘촘해지고, 어느 순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자리에 있어도 대화 바깥에 서게 된다.
이럴 때 유저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뒤늦게라도 따라잡고 들어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내 길을 갈까? 두 번째를 택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 그냥 안 할래요.”
“나만 안 해본 게임” 안티트렌드 유저의 진짜 이유
이들의 심리는 ‘반골’로 단순화하기엔 훨씬 더 복합적이다. 단순히 남들과 반대로 가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 뒤엔 개인의 경험, 정체성, 피로감이 얽혀 있다. 트렌드에 올라타지 않는 선택은 때론 사회적인 거리 두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그 안엔 각자의 리듬을 지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대화를 따라가기 위해 억지로 게임을 시작하기보단,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방식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이들을 안티트렌드 유저로 만든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1. 피로감: 이미 질렸다
너무 많이 본 게임. 광고로, 스트리머로, 커뮤니티로 이미 지겹게 소비해버린 게임. 유튜브만 켜도 누군가는 《오버워치》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슬롯이나 가챠 뽑기를 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접 해보기도 전에 ‘이젠 그만 봤으면’ 하는 감정을 느끼는 유저들이 있다.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이미 다 해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래서 플레이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다.
2. 정체성 수호: 나다운 게임을 하고 싶다
모두가 같은 게임을 할 때, 자신만의 취향을 지키고 싶은 마음. “나만의 게임을 하고 싶어요.” 대중성보다 감정선, 미학, 분위기를 중시하는 유저들에게 트렌드 게임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들은 마치 인디 밴드의 팬처럼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고 싶어 한다. 유행을 거스를수록 오히려 자신다워진다는 감각, 그것이 안티트렌드 유저의 핵심 동기 중 하나다.
3. 과잉노출에 대한 피로: ‘이미 다 알려주는 게임’이 싫다
트렌드 게임은 튜토리얼부터 가이드, 숨은 결말 등 콘텐츠가 넘쳐난다. 유튜브만 틀면 공략이 떠 있고, 엔딩 분석이 자동 재생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탐험할 여지가 없다.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플레이 속에서, 호기심은 점점 사라진다. 정보과다 속 세세한 정보까지 떠먹여 주는 게임은 편리할 수 있지만, 동시에 탐험의 재미를 앗아간다.
“진입장벽”…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GTA》는 시리즈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포켓몬》은 세대마다 설정과 등장 캐릭터가 달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복잡하게 느껴진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진입 자체가 ‘초보자에겐 가혹한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오랜 유저들과의 격차도 크다.
이 모든 걸 ‘이제 와서’ 처음부터 따라잡으려면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생활로 여유가 없는 20~30대 유저들에겐, 이 흐름에 탑승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예 시작하지 않기로 한다.
남들은 다 했지만, 난 아직 안 했다.
그 말속에는 소외도 있고, 자부심도 있고, 가끔은 안도도 있다.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방어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세계에 발 들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 못 할 감정까지도.
안 해본 사람들의 연대감
흥미로운 건, 이런 ‘비소비자’들도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게임 커뮤니티나 SNS에는 “그 게임, 나만 안 해봤나요?”라는 글이 종종 올라오고, 그 아래엔 놀라울 만큼 많은 공감이 달린다.
그건 단순히 게임 안 한 사람들끼리의 자조가 아니라, ‘자기 선택에 대해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서로에게 보내는 일종의 연대와 같다.
모두가 즐기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때때로 트렌드를 ‘거의 의무’처럼 받아들인다. 다들 해봤다니까, 안 해보면 뭔가 뒤처진 것 같고, 대화에서도 소외된다. 하지만 어쩌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지금 시대엔 가장 독립적인 행동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안 해봄’의 자리에선, 나만의 속도, 나만의 기준, 나만의 재미가 다시 태어난다. 트렌드는 모두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와도, 게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선, 누구보다 솔직한 나 자신이 남는다.
업데이트 날짜: 2025년 11월 5일 오전 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