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불빛이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는 인물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한 거리와, 그 바깥에 머무는 한 인물. 이 기사는 그런 캐릭터들의 시선에서 크리스마스를 바라본다.

크리스마스가 싫은 게임 캐릭터들

크리스마스는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가족, 귀환, 공동체, 그리고 따뜻한 결말. 하지만 모든 게임 캐릭터가 이 서사에 어울리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돌아갈 집이 없고, 어떤 이들은 이미 모든 가족을 잃었으며, 어떤 이들은 축제라는 개념 자체를 믿지 않는다.

목차
  1. 크레토스, 《갓 오브 워》
  2. 조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3. 게롤트, 《위쳐》
  4. 2B, 《니어: 오토마타》
  5. 주인공 ‘나’, 《디스코 엘리시움》
  6. 모두에게 같은 크리스마스는 아니다

12월 24일,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이 밤에 크리스마스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게임 캐릭터들을 돌아본다. (이 글에는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크레토스, 《갓 오브 워》

가족 서사와 크리스마스의 정면 충돌

게임 갓 오브 워 주인공 크레토스
신과 괴물의 세계를 살아온 크레토스에게 가족은 축복이 아니라 짐에 가까웠다. 따뜻한 결말을 전제로 한 크리스마스 서사는, 그의 삶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제작사: 소니

크리스마스는 ‘가족을 다시 만나는 날’이지만, 크레토스의 가족 서사는 언제나 파괴와 죄책감으로 귀결된다.

  • 가족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상실의 기억
  •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음
  • 축제는 약함의 상징에 가깝다

갓 오브 워》가 아무리 부자(父子) 서사를 강조해도 그 감정은 따뜻함보다 무거운 책임과 속죄에 가깝다. 크레토스에게 크리스마스는 선물이 아니라, 기억을 자극하는 날일 뿐이다.

조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돌아갈 ‘집’이 없는 세계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인공 조엘
문명이 무너진 세계에서 살아남은 조엘에게,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돌아갈 날이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라는 개념 자체가 이미 다른 의미로 변해버린 뒤다. 제공: 너티 독

크리스마스 서사의 핵심은 ‘귀환’이다. 하지만 조엘이 사는 세계에는 돌아갈 곳이 없다.

  • 사회는 이미 붕괴됨
  • 공동체는 일시적이며 불안정
  • 가족은 선택의 결과로만 존재함

조엘에게 가족은 지켜야 할 가치이면서 동시에 파괴의 이유다. 이 세계에서 크리스마스는 조용한 밤이 아니라, 오히려 더 위험한 날일 것이다.

게롤트, 《위쳐》

축제보다 계약이 먼저인 사람

게임 위쳐의 주인공 게롤트
괴물 사냥꾼 게롤트는 언제나 마을에 머무르지 않는다. 축제가 시작될 즈음, 그는 이미 다음 계약을 향해 길을 나선다. 제공: CD 프로젝트 레드

게롤트는 감정을 갖고 있지만, 세계는 그에게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 가족은 생물학적으로 부재
  • 공동체와는 항상 거리 유지
  • ‘함께 있음’보다 ‘지나침’에 익숙한 인물

크리스마스가 “함께 모이는 날”이라면, 게롤트는 늘 마을을 떠나는 쪽에 서 있다. 술집 한구석에서 축제 소리를 듣고 계약서를 접는 타입의 인물.

2B, 《니어: 오토마타》

축제가 성립되지 않는 존재

게임 니어 오토마타의 등장인물 2B
인류가 사라진 세계에서 싸우는 안드로이드 2B. 이 세계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인간도, 그 의미를 기억할 존재도 남아 있지 않다. 제공: 스퀘어 에닉스

2B에게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할 감정조차 없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는 ‘인간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 가족 개념 없음
  • 귀환 서사 없음
  • 감정은 반복적으로 삭제됨

《니어: 오토마타》의 세계에서 크리스마스는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한다면, 그건 단지 과거 인간 문명의 유령 같은 기록일 뿐이다.

주인공 ‘나’, 《디스코 엘리시움》

축제를 망쳐버린 어른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의 주인공
《디스코 엘리시움》의 주인공은 축제를 거부하기보다, 애초에 감당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는 그에게 위로가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남기는 날에 가깝다. 제공: 자움

《디스코 엘리시움》의 주인공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 가족과의 단절
  • 공동체에 대한 냉소
  • 축제를 감당할 정신 상태가 아님

그는 축제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저 축제를 망칠 준비가 되어 있을 뿐이다.

모두에게 같은 크리스마스는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다룬 게임들은 대개 따뜻한 귀환과 공동체의 회복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연말 시즌이 되면, 힐링과 축제를 앞세운 크리스마스 게임들이 매년 반복적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다룬 캐릭터들은, 그런 서사로부터 의도적으로 비켜나 있는 존재들이다.

게임 속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같은 얼굴을 하고 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귀환의 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다. 어떤 세계에는 축제가 없고, 어떤 인물에게는 돌아갈 집조차 없다.

12월 24일은 그런 캐릭터들을 떠올리기에 가장 어울리는 밤이다. 아직 선물도, 축제도 시작되지 않은 이 시간은, 크리스마스 서사에서 비켜난 이들의 고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게임은, 그런 인물들의 침묵과 공백까지도 끝내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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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우
게임 저널리스트
어릴 적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게임 CD를 사러 가던 이시우 작가는 자연스럽게 게임 라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 스토리 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iGaming 콘텐츠 기획으로 활동을 넓혔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땐 예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팀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