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쓴 여성과 머리를 푼 여성의 일러스트

“결제하면 예쁜 여자, 안 하면 못생긴 여자?” 선 넘은 게임 광고, 외모·성관념까지 팔아치운다

“결제하면 예쁜 여자를 얻고, 돈이 없으면 못생긴 여자와 연애해야 한다.” 최근 모바일 게임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서사다.

목차
  1. 비현실적이고 상품화된 성 관념, 광고가 학습시킨다
  2.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자극적 광고’
  3.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4. “광고 때문에 게임 자체가 싫어졌다”
  5. 게임 광고 역시 콘텐츠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 여성 캐릭터가 스포츠카를 탄 근육질 남성과 바람이 난다. 이에 마른 체형의 남성 주인공은 인생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는 또 다른 ‘여자친구’를 찾아야 하는데, 결제를 하면 다시 화려하게 꾸민 ‘예쁜’ 여성을 고를 수 있다. 반면 돈이 없으면 헝클어진 머리와 때 묻은 얼굴의 울상 여성을 고르게 된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라면 이 같은 광고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 캐릭터의 외모를 ‘결제 보상’처럼 내세우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반신 노출이나 신음 효과 등을 활용해 남성 캐릭터를 성적 대상화하는 광고도 확산되고 있다.

비현실적이고 상품화된 성 관념, 광고가 학습시킨다

이런 광고는 단순히 선정적이라는 수준을 넘어서, 비현실적이고 왜곡된 성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다. “결제하면 상대가 바뀐다”,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는 등의 구조는 인간관계를 경제적 거래로 환원하고, 외모나 성적 매력을 수치화된 보상으로 치환한다. 사랑과 매력은 ‘돈으로 얻는 것’처럼 묘사되고, 예쁜 건 돈을 써야 가질 수 있는 상품, 돈이 없으면 못난 사람과 연애해야 한다는 왜곡된 메시지가 반복된다.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자극적 광고’

여러 티비 스크린에서 다양한 이미지가 나오는 모습

이처럼 문제적 광고들이 유독 자주 보이는 이유는 플랫폼 기반 자동 광고 시스템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실시간 게임 앱 내 광고는 사용자의 관심사와 클릭률을 기반으로 자동 송출되며, 콘텐츠의 윤리성보다, ‘관여도’가 높은 광고일수록 더 자주 노출된다.

대부분 플랫폼의 경우, 콘텐츠의 윤리성보다는 자극적일수록 노출이 많아지는 구조다. 선정적인 이미지나 자극적인 내용은 알고리즘 입장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결과 연령 제한 없이 어린 이용자에게도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게임을 시켜 주다가 선정적 광고가 튀어나와 당황했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명확한 신고 체계나 실효성 있는 필터링 기준이 없어 사후 대응도 어려운 현실이다.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국가별 대응 방식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게임 광고 가이드라인을 운영 중이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게임 외부 플랫폼에서 송출되는 광고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2023년 이후 과장·선정성 관련 민원이 늘면서 일부 제재가 이뤄졌지만, 대부분은 사후적 대응에 그치는 수준이다.

반면 영국은 ASA(광고심의위원회)가 광고 내 성적 대상화, 외모 차별, 연령 위반 요소가 발견되면 즉시 광고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2022년에는 한 RPG 게임 광고가 과도한 노출 표현으로 지적받아, 실제로 송출이 중단된 바 있다.

중국 게임업계의 경우 훨씬 더 강도 높은 사전 심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광고는 아예 앱스토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며, 대부분의 광고는 심의를 통과해야만 송출이 허용된다. 광고의 자유보다는 사회적 유해성 차단을 우선시하는 구조다.

미국은 법적 강제는 없지만, 구글과 애플 등 주요 플랫폼들이 자체 기준에 따라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선정성 기준을 위반한 광고 계정은 광고 송출 정지 또는 영구 차단까지도 가능하다. 플랫폼 차원에서의 사전 필터링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고 때문에 게임 자체가 싫어졌다”

붉은색 X 표시를 보며 머리를 감싸쥔 여성

사용자들의 피로감도 점차 쌓이고 있다. 신음 소리, 특정 신체 부위가 터치 가능한 캐릭터, 외모로 줄을 세우는 구성은 처음엔 ‘황당함’으로 소비되지만, 반복될수록 게임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바뀐다. SNS나 앱 리뷰에서도 “광고가 불쾌해서 게임 자체가 싫어졌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게임사들은 유머나 감성, 게임성 중심의 광고 전략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업체들은 단기적인 클릭률과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클릭베이트성 자극적 광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결국 게임 산업 전반의 신뢰도 저하와 문화적 평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암 니슨이 출연하는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 제공: 유튜브 채널 Nightcus

게임 광고 역시 콘텐츠다. 

게임은 이제 단순 오락을 넘어 정서와 서사, 예술성까지 담아내는 종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도 이에 걸맞게 진화해야 한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나누고, 성적 자극만을 소비 포인트로 삼는 방식은 이미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클릭 수만 노린 자극적인 광고는 단기적 성과는 낼 수 있어도, 브랜드 신뢰에는 독이 된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클릭이 아니라, 더 나은 신뢰다. 건강한 게임 생태계는 업계의 책임 있는 선택과 함께, 실효성 있는 규제에서 시작된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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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우
게임 저널리스트
어릴 적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게임 CD를 사러 가던 이시우 작가는 자연스럽게 게임 라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 스토리 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iGaming 콘텐츠 기획으로 활동을 넓혔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땐 예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팀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