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팅 오버 잇 윗 베넷 포디의와 지옥불 합성 이미지
일명 ‘항아리 게임’으로 불리는 《게팅 오버 잇 윗 베넷 포디》는 ‘지옥 난이도(헬 난이도)’로 불릴 만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우리가 ‘지옥의 난이도 게임’을 멈추지 않는 이유

항아리 안에 들어간 남자가 망치를 휘두르다 미끄러진다. 몇 시간 동안 올라온 산을, 단 한 번의 실수로 다시 내려온다. 일명 ‘항아리 게임’으로 불리는 《게팅 오버 잇 윗 베넷 포디》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는 이렇게 플레이어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체크포인트는 없다. 실수는 곧 초기화다. 분노가 차오르지만, 이상하게도 게임을 끄지 못한다. 

목차
  1. ‘어려운 게임’과 ‘지옥 난이도’는 다르다
  2. 좌절을 설계한 게임들
  3. 개발자는 왜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4. 그런데도 우리는 왜 계속 도전할까
  5. 하나의 장르가 된 ‘지옥 난이도 게임’

이 기묘한 경험은 ‘항아리 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플레이어를 좌절시키는 게임들은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됐다. 흔히 ‘지옥의 난이도 게임’이라 불리는 이 장르는, 왜 계속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는 걸까.

‘어려운 게임’과 ‘지옥 난이도’는 다르다

고난도 게임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슈퍼 마리오》의 초반 함정, 《록맨》의 패턴 암기, 《다크 소울》 시리즈의 복잡한 맵까지, 어려운 게임은 늘 있었다. 그러나 이 게임들은 실패를 학습으로 되돌려준다.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한 설계, 명확한 규칙, 그리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반면 지옥 난이도 게임은 다르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진행 상황을 과감하게 초기화한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배려하기보다는, 실패 그 자체를 핵심 경험으로 삼는다. 이 게임들은 “조금 더 잘해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포기할 때까지 계속해 보세요.”

좌절을 설계한 게임들

이 장르의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친절한 설명이나 완충 장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실패를 전제로 한 구조와 과감한 초기화를 통해, 좌절 그 자체를 핵심 경험으로 설계한다. 다음은 이러한 ‘지옥 난이도’ 설계를 대표하는 게임들이다.

《게팅 오버 잇 윗 베넷 포디》

게임 게팅 오버 잇의 한 장면
마우스 하나로 캐릭터를 조작하지만 물리 엔진의 작은 오차가 연쇄적인 추락으로 이어지며, 체크포인트 없는 구조가 극단적인 좌절을 유도한다. 제공: 베넷 포디

가장 상징적인 작품은 단연 《게팅 오버 잇 윗 베넷 포디》, ‘항아리 게임’이다. 마우스 하나로 조작하지만, 물리 엔진은 가혹하다. 작은 실수가 연쇄적인 추락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의 철학적 독백이 흘러나온다. 조롱 같기도, 위로 같기도 한 그 목소리는 실패를 더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슈퍼 미트 보이》

게임 슈퍼 미트 보이의 한 장면
빠른 속도의 플랫폼 구간을 정밀한 조작으로 통과해야 하며, 수십 번의 반복 실패를 전제로 한 고난도 스테이지 구성으로 악명을 떨쳤다. 제공: 팀 미트

슈퍼 미트 보이》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몰아붙인다. 속도는 빠르고, 재도전은 즉각적이다. 대신 실패의 횟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죽음의 리플레이’는 좌절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귀여운 디자인의 ‘미트 보이’ 캐릭터의 사실적인 죽는 장면은 덤이다.

《점프 킹》

게임 점프 킹의 한 장면
정확한 점프 타이밍을 요구하는 구조로, 단 한 번의 실수로 이전 구간까지 되돌아가야 하는 탓에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제공: 넥실

《점프 킹》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방식이 더욱 노골적이다. 한 번의 점프 실수로 수십 분의 진행이 사라지고, 플레이어는 말없이 다시 점프 지점 앞에 선다. 체크포인트는 거의 없고, 실패에 대한 위로도 없다. 침묵 속에서 반복되는 점프는 좌절을 더욱 증폭시킨다.

《QWOP》

게임 QWOP의 한 장면
플레이어는 오직 네 개의 버튼만으로 허벅지와 종아리를 각각 조작해 달려야 하며, 걷는 것 자체가 실패로 이어질 만큼 비정상적인 조작 난이도를 자랑한다. 제공: 베넷 포디

《QWOP》은 조작 자체를 하나의 장벽으로 만든 사례다. 네 개의 키로 허벅지와 종아리를 각각 조작해야 하는 이 게임에서 ‘걷기’는 이미 실패에 가깝다. 몇 미터를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좌절이 쌓이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입력이 왜 이렇게 어색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항아리 게임’ 제작자 베넷 포디의 초기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온리 업!》

게임 온리 업!의 한 장면
체크포인트가 거의 없는 구조 속에서 불안정한 발판을 따라 끝없이 올라가야 하며, 한 번의 추락이 수십 분의 진행을 무너뜨리는 가혹한 설계를 갖췄다. 제공: SCKR 게임즈

《온리 업!》은 ‘항아리 게임’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작품이다. 불안정한 발판과 높은 시점, 그리고 거의 존재하지 않는 체크포인트는 추락의 공포를 극대화한다. 떨어지는 순간, 플레이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시간의 상실’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개발자는 왜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이 질문이 이 장르의 핵심이다. 정말로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위해서일까?

답은 절반만 맞다. 이 게임들은 플레이하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를 전제로 설계된다. 추락하는 순간의 비명, 키보드를 내려치는 소리, 스트리머의 분노는 그대로 콘텐츠가 된다. 실제로 ‘항아리 게임’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좌절은 공유될수록 재미가 된다. 이 지점에서 지옥의 난이도는 단점이 아니라 마케팅 요소가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메시지다. ‘항아리 게임’의 개발자 베넷 포디는 실패와 인내 자체를 게임의 주제로 삼았다. 이 게임에서 좌절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통과해야 할 경험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계속 도전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게임들은 모든 실패를 플레이어의 탓으로 돌린다. 버그도, 운도, 핑계도 없다. 오직 “내가 못 해서” 떨어진다. 이 구조는 분노를 키우는 동시에, 다시 도전하게 만든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될 것 같다는 착각.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끝내 성공했을 때의 압도적인 해방감. 그리고 그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십 번의 실패를 감수하게 된다. 지옥 난이도 게임은 이렇게 플레이어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하나의 장르가 된 ‘지옥 난이도 게임’

이제 ‘어려운 게임’은 하나의 포맷이 됐다. 일부러 불친절하고, 일부러 좌절을 주고, 일부러 화제가 된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에게 환영받는 흐름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도전이지만, 누군가에겐 피로다. 그럼에도 이 장르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항아리에서 떨어지면서도 마우스를 다시 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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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우
게임 저널리스트
어릴 적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게임 CD를 사러 가던 이시우 작가는 자연스럽게 게임 라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 스토리 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iGaming 콘텐츠 기획으로 활동을 넓혔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땐 예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팀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