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게임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팬이라면 한 번쯤 기대하게 된다. 익숙한 캐릭터와 좋아했던 장면들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꽤 매력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웹툰 원작 게임은 왜 이렇게 자주 망하는 걸까?
- 스토리는 풍부한데, 정작 플레이는 지루하다
- 팬심만 믿고 만들면, 결국 팬도 떠난다
- 그럼에도 살아남은 웹툰 원작 게임들: 차이점 3가지
- 웹툰을 ‘하는’ 시대를 기다리며
스토리는 풍부한데, 정작 플레이는 지루하다
웹툰 IP를 그대로 옮긴 게임들 중 상당수는, 그저 ‘스토리 복습 툴’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다. 대사를 클릭하며 읽어가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은 게임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선택지는 많지만 결과는 뻔하고, 인터랙션이라기보단 ‘자동 재생’에 가깝다. 결국 웹툰은 웹툰대로 다시 보는 게 낫고, 게임은 게임답지 않아 몰입이 깨진다.
팬심만 믿고 만들면, 결국 팬도 떠난다

“팬이라면 해보겠지”라는 가정 아래 만든 웹툰 게임도 많다. 문제는, 그 팬들조차 게임성 없는 구조를 끝까지 버텨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해도, 조작감이 불편하거나 콘텐츠 볼륨이 부족하면 결국 떠나게 된다.
실제로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들 중 상당수는 콘텐츠 부족, 반복 요소, 과도한 과금 유도 등으로 인해 초반 반짝 인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팬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팬만 믿고 만든 게임의 결과다. 예를 들어 《고수: 절대지존》은 인기 있는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시스템 완성도나 콘텐츠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버전이 조기 종료됐다. 《여신강림》 역시 웹툰 팬에게 익숙한 IP로 드라마까지 제작된 인기 작품이었지만,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아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웹툰 원작 게임들: 차이점 3가지
그렇다고 웹툰 게임이 전부 실패하는 건 아니다. 꾸준히 플레이되고 있는 몇몇 게임은 아래 세 가지에서 차이를 보였다. 단순히 원작의 이름값에 기대는 대신,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를 어떻게 확보했는지가 갈림길이 됐다. 그 차이점 세 가지를 짚어본다.
1. 게임에 맞춰 재구성한 스토리

《갓 오브 하이스쿨》은 원작의 액션과 개성을 살리되, 수집형 RPG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전투 시스템과 연출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대사를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전투 중심의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게 설계됐다.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는 대신, 게임 내에서 다시 ‘체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또한 웹툰에 등장한 캐릭터 뿐만 아니라, 게임 전용 신규 캐릭터들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접근은 웹툰을 단순히 복습하는 경험이 아니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매개로 확장시켰다.
2. 적절한 장르 선택

웹툰 원작이더라도 어떤 장르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몰입도는 크게 달라진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수집형 RPG로 구현돼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췄지만, 반복 콘텐츠의 피로도나 과금 유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같은 장르 안에서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
반대로 《노블레스 with 네이버웹툰》 같은 경우, 턴제 RPG로 풀어내며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 간 관계를 전투 시스템과 연결하려 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밸런스 조정과 콘텐츠 업데이트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맞는 장르라 해도 금세 식상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3. 유저도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

좋은 웹툰 게임은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세계 안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캐릭터와의 관계가 쌓이며, 유저의 행동이 세계관 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게 바로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감각이다.
예를 들어 《유미의 세포들 더 퍼즐》은 단순한 퍼즐 게임이지만, 주사위 게임 기능 등 다양한 퍼즐 요소는 물론 스테이지 클리어 과정에 웹툰 속 장면과 세포들의 대사를 삽입해, 원작 팬이 캐릭터와 함께 생활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려 했다. 게임성 자체는 퍼즐에 집중되어 있지만, 원작의 감정을 ‘참여 경험’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웹툰을 ‘하는’ 시대를 기다리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 반가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가움만으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팬서비스’에만 기대지 않고, 게임 그 자체로 재미있어야 한다. 유저는 더 이상 ‘좋아하는 캐릭터’만으로 게임을 시작하진 않는다. 이제는 세계관을 얼마나 재해석했는지, 게임으로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냈는지가 중요해졌다.
웹툰은 매력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감정을 기반으로 한 서사를 단순한 게임 시스템에 얹는 순간, 몰입감은 쉽게 깨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건 웹툰의 스토리를 게임의 언어로 제대로 번역해줄 사람들이다. 어쩌면 웹툰을 ‘하는’ 시대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작은, 팬서비스가 아닌 게임 자체의 힘에서 비롯될 것이다.
업데이트 날짜: 2025년 10월 6일 오전 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