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플레이 FPS 《위치파이어》 (Witchfire)가 최근 공개된 대형 업데이트 ‘더 레커닝(The Reckoning)’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페인킬러》, 《불렛스톰》, 《에단 카터의 실종》으로 잘 알려진 개발자 아드리안 흐미엘라르츠가 이끄는 디 아스트로너츠(The Astronauts)의 프로젝트다.
- “우린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 12명의 시선에서 수천 명의 시선으로
- 얼리 액세스는 ‘검증’의 도구였다
- “버그 없는 게임”에 대한 고집
- 모든 ‘편법’을 고칠 필요는 없다
- ‘싱글 플레이 추출 슈터’라는 선택
- 에픽 독점, 그리고 스팀 성공
- AI는 ‘도구’, 콘텐츠는 인간의 몫
- 아직 끝나지 않은 실험
이번 인터뷰에서 흐미엘라르츠는 《위치파이어》의 얼리 액세스 경험을 단 한 단어로 표현했다. “굴욕적이었다(humiliating).”
“우린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위치파이어》는 2023년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얼리 액세스로 첫선을 보였다. 당시 개발진은 핵심 재미는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 판단했지만, 실제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처음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을 때, 이 정도면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콘텐츠가 전부는 아니었지만, 이 게임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곧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결국 우리가 꽤 어리석은 실수들을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행히도 구조가 잘 잡혀 있어서, 대부분의 문제는 일주일 만에 고칠 수 있었지만 말이에요.
12명의 시선에서 수천 명의 시선으로
내부 테스트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시스템과 표현들이, 수많은 플레이어 앞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했다.
개발자는 자기 게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어떤 기능이나 아이템이 설명 없이도 당연하다고 느껴집니다. 그게 문제였죠.
흐미엘라르츠는 이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출시 당시 블리자드의 사례에 비유했다. 수천 명의 테스터와 실제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출시 전 대규모 테스트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서비스 이후 예상하지 못한 서버 문제와 플레이 흐름의 병목 현상을 겪었다. 제한된 테스트 환경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대규모 유저 유입과 함께 한꺼번에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얼리 액세스는 ‘검증’의 도구였다
디 아스트로너츠가 얼리 액세스를 선택한 데에는 다른 개발사의 영향도 있었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하데스》와 《하데스 2》를 얼리 액세스로 선보인 사례는 중요한 참고점이었다.
그들은 자금도, 명성도 충분했어요. 그럼에도 얼리 액세스를 택했죠. 그건 이 방식이 유효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모든 개발사가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중요한 건 출시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눈으로 게임을 검증하는 겁니다.
“버그 없는 게임”에 대한 고집
흐미엘라르츠가 특히 자부심을 드러낸 부분은 《위치파이어》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페인킬러》 개발 당시 얻은 교훈에서 비롯됐다.
작은 버그 하나 때문에 레벨 작업을 거부한 적도 있어요. 임시방편으로 덮어두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거든요.
그 결과, 《위치파이어》는 잦은 업데이트에도 치명적인 버그 없이 운영되고 있다.
모든 ‘편법’을 고칠 필요는 없다
최근 공개된 개발 블로그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발견한 다양한 공략법과 편법 플레이도 소개됐다. 개발진은 이를 모두 수정할지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쳤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게임의 의도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는다면, 굳이 고칠 필요는 없다고 봤어요.
흐미엘라르츠는 이를 《인디아나 존스》에 비유한다. 금지된 방식이지만 성공했을 때의 쾌감, 그것 역시 게임 경험의 일부라는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난이도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게 통했다면 그건 최고의 순간이죠.
‘싱글 플레이 추출 슈터’라는 선택
《위치파이어》는 이른바 ‘추출 슈터’ 구조를 차용했지만, 멀티 플레이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명확한 의도였다. 추출 슈터는 맵에 진입해 자원을 수집한 뒤, 사망하기 전에 안전 지점으로 탈출해야 보상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실패할 경우 획득한 자원을 모두 잃는 긴장감이 핵심이다.
플레이어가 한 명만 더 늘어나도, 게임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됩니다.
또한 그는 싱글 플레이 FPS 시장의 공백을 지적했다. PvP 슈터는 넘쳐나지만, 대규모 싱글 플레이 FPS는 오히려 드물다는 것이다.
에픽 독점, 그리고 스팀 성공
《위치파이어》는 1년간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으로 출시됐다. 이 기간 동안 확보한 자금과 개발 여유는, 콘텐츠 구조와 밸런스를 다듬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디 아스트로너츠는 이 시간을 활용해 얼리 액세스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정리했고, 이후 스팀 출시 시점에는 보다 완성도 높은 형태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위치파이어》는 스팀 출시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현재 누적 5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투의 타격감과 아트 스타일, 그리고 싱글플레이 추출 슈터라는 독특한 구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얼리 액세스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점 역시, 이용자와 업계 모두에게 인상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AI는 ‘도구’, 콘텐츠는 인간의 몫
최근 게임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흐미엘라르츠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위치파이어》에는 AI로 생성된 에셋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번역 보조나 문장 다듬기 같은 도구적 활용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흥미롭게도 일부 아트 작업은 오히려 디지털 도구를 버리고 종이에 직접 그린 스케치로 돌아갔다.
시간도 더 들고 비용도 늘었지만, 결과는 훨씬 좋았습니다. 《위치파이어》다운 결과였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실험
《위치파이어》는 여전히 얼리 액세스 단계에 있지만, 개발 속도는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빠른 업데이트보다는 완성도를 다듬는 단계다.
흐미엘라르츠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AI가 어디까지 갈지, 얼리 액세스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 우리에게는, 이 방식이 맞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치파이어》의 얼리 액세스 여정은 단순한 개발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천 명의 플레이어 앞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그 과정을 공개하며, 완성도를 쌓아 올리는 선택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디 아스트로너츠는 그 과정을 통해 게임의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다듬었고, 《위치파이어》는 지금도 그 실험의 연장선 위에 있다. 아직 여정은 끝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분명해졌다.
업데이트 날짜: 2025년 12월 17일 오전 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