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발 히트 RPG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개발사가 동명의 제목을 사용한 그래픽노블 작가에게 전방위적인 법적 압박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예술계 보편 용어인 ‘클레르 옵스퀴르(명암법)’를 특정 게임사가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 “게임 성공에 무임승차” vs “수년 전 확정된 제목”
- 일반 명사 ‘명암법’이 게임사 소유?
- 결국 무릎 꿇은 창작자… “골리앗 싸움 감당 안 돼”
- 여론 악화에 개발사 뒤늦은 수습… “IP 관리의 독(毒)”
“게임 성공에 무임승차” vs “수년 전 확정된 제목”
사건의 발단은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게이(Olivier Gay)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게임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로부터 받은 공식 서한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서한에는 게이 작가의 신작 그래픽노블 《아카데미 클레르 옵스퀴르》가 게임의 브랜드 가치를 침해하고 있으니, 관련 작품의 판매 및 홍보를 즉각 중단하라는 고압적인 요구가 담겼다. 개발사 측은 해당 제목이 소비자들에게 게임의 공식 연계 작품인 것처럼 혼동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작가는 즉각 반발했다. 게이는 “해당 작품의 아이디어는 이미 2019년에 구상됐으며, 현재 제목으로 출판 계약을 마친 시점 역시 게임이 대중에 공개되기 전인 2024년 초”라고 밝혔다. 게임의 흥행에 편승하기 위해 이름을 도용했다는 개발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일반 명사 ‘명암법’이 게임사 소유?
업계와 여론이 특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지점은 제목에 쓰인 ‘클레르 옵스퀴르(Clair Obscur)’라는 단어의 성격이다. 이는 르네상스 미술의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단어로, 수백 년간 예술계에서 통용된 일반 명사다.
“마치 ‘인상주의’나 ‘추상화’라는 단어를 게임 제목으로 썼다고 해서 타 분야의 사용을 막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두 작품은 내용 면에서도 접점이 없다. 게이의 작품은 농민 출신 주인공의 마법 학교 생존기를 다룬 판타지물인 반면,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숫자를 테마로 한 턴제 RPG다. 사실상 ‘이름’ 외에는 공통분모가 전무함에도 개발사가 무리한 권리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무릎 꿇은 창작자… “골리앗 싸움 감당 안 돼”
법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게이 작가는 결국 제목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승산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거대 자본을 가진 게임 스튜디오를 상대로 장기간 법정 소송을 벌일 비용과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인쇄된 판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굴복’을 택한 셈이다.
그는 평소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며 극찬할 정도로 팬이었음을 밝히며 “좋아했던 작품의 제작사로부터 이런 압박을 받게 되어 더욱 씁쓸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여론 악화에 개발사 뒤늦은 수습… “IP 관리의 독(毒)”
논란이 커지자 샌드폴 인터랙티브 측은 “작가 및 출판사와 소통하며 공정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특히 커뮤니티에서는 대형 게임사를 상대로 한 1인 작가의 ‘역배‘ 승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았기에, 이번 개발사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지나친 브랜드 보호 전략이 오히려 IP 이미지에 타격을 준 사례”라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둔 게임사가 상표권 방어에 민감한 것은 이해하나, 보편적 예술 용어까지 통제하려 드는 방식은 대중의 거부감만 살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는 상표권 보호와 창작의 자유 사이의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하며, 향후 게임 업계의 IP 관리 방식에 중요한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업데이트 날짜: 2026년 3월 10일 오전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