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헬 이즈 어스 주인공 레미의 뒷모습
《헬 이즈 어스》는 감정이 괴물이 되는 세계를 다룬, 독특한 전쟁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공: 로그 팩터

《헬 이즈 어스》 제작진 인터뷰 “사람 죽이지 않는 전쟁 게임 원했죠.”

2025년 가을, 한 게임이 조용히 입소문을 탔다. 미니맵이나 난이도 설정도 없는, 이른바 ‘소울라이크’ 계열의 액션 어드벤처 《헬 이즈 어스》. 하지만 단순히 어렵고 어두운 게임이라기엔, 어딘가 낯설고, 묘하게 끌리는 구조와 감정의 궤적이 숨어 있다.

목차
  1. “플레이어가 길을 스스로 찾기를 원했습니다”
  2. “연기는 결국 이야기의 도구예요”
  3. “괴물은 감정 그 자체입니다”
  4. “레미는 바로 우리 자신이에요”
  5. “데이어스 엑스를 다시 만들 수 있다면…”
  6. 감정이 괴물이 되는 세계, 그 실험의 의미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아트 디렉터였던 조너선 자크-벨레테트, 그리고 주인공 ‘레미’를 연기한 일라이어스 투펙시스. 두 사람은 이 게임의 뼈대와 심장을 동시에 책임졌다. 런던 MCM 코믹콘 현장에서 그들과 만나 《헬 이즈 어스》의 세계, 감정, 그리고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플레이어가 길을 스스로 찾기를 원했습니다”

아트 디렉터 조너선은 최근 오픈월드 게임들이 탐험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정보를 ‘접시에 담아 차려주는’ 식으로 설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헬 이즈 어스》는 이러한 인공적인 안내 없이도 스스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가 말 그대로, 지도를 따라가는 게임이 아닌, 정말로 길을 잃고 헤매며 세계를 탐색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요즘 오픈월드는 뭐든지 미니맵과 나침반이 알려줘요. 하지만 진짜 탐험은 그런 게 없을 때 일어나죠.”

그는 탐색의 불편함과 우연성이야말로 플레이어가 세계에 몰입하게 만드는 핵심이라 강조했다. 그래서 《헬 이즈 어스》에서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화살표가 없다. 대신 어둡고 낯선 세계가 그 자리를 채운다.

“연기는 결국 이야기의 도구예요”

헬 이즈 어스의 주인공 레미가 숲속에 있는 장면
배우 일라이어스 투펙시스가 연기한 《헬 이즈 어스》의 주인공 레미는 내면의 감정을 억누른 채, 인간이 아닌 감정의 괴물들과 맞서야 하는 인물이다. 제공: 로그 팩터

레미 역의 엘리아스는 게임, 영화, TV를 넘나드는 연기자다. 그는 게임 연기와 영화 연기의 차이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기술적 차이일 뿐이죠. TV든 게임이든, 진실을 찾아내는 건 같아요.”

그가 꼽은 명장면은 레미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장면. 그는 “항상 감정을 10까지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하며, 이 게임의 감정적 밀도를 특히 자랑스러워했다

“괴물은 감정 그 자체입니다”

게임 헬 이즈 어스에 등장하는 적 '헤이즈'
《헬 이즈 어스》의 주요 적 ‘헤이즈’는 분노, 슬픔, 공포 같은 감정이 물리화된 존재로, 레미는 이 감정의 잔재들과 싸워야 한다. 제공: 로그 팩터

이 게임에서 인간은 적이 아니다. 주인공 레미는 누구도 직접 죽이지 않는다. 대신, 싸워야 할 대상은 ‘헤이즈’라는 괴물이다. 조너선은 이 괴물들이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감정은 보내는 곳이 없어요. 쌓이고, 머물고, 결국 형태를 가지게 되죠.”

그래서 분노, 슬픔, 공포, 황홀 같은 감정들이 게임 내에서 구체적인 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를 ‘감정의 반경’이라 부른다.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주변이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에서 착안한 것이다.

“레미는 바로 우리 자신이에요”

레미는 감정을 억누르고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안에는 깊은 고통이 자리 잡고 있다. 조너선은 그를 “감정이 안으로만 향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리고 이런 레미가 마주하는 ‘헤이즈’는 마치 레미의 내면이 외부화된 것처럼 그려진다. 조너선은 인간의 감정이 만든 전쟁, 그리고 전쟁이 다시 감정을 부추기는 순환 고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데이어스 엑스를 다시 만들 수 있다면…”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는 조너선과 엘리아스 모두에게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남아 있으며, 젠슨은 ‘완벽한 폭풍’이라 불릴 만큼 강한 공명을 일으켰다. 제공: 에이도스 몬트리올

인터뷰 말미, 팬들이 사랑한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조너선은 “한 도시는 완전히 3D 프린트된 구조로 만들려고 했었다”며,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언급했다. 엘리아스는 “그 뒷이야기들이 아직 너무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들은 지금도 주인공 아담 젠슨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실제로 이번 코믹콘 현장에서 줄을 선 관객 중 70%는 《데이어스 엑스》 팬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젠슨은 그 시기의 완벽한 폭풍이었어요. 정말 공명했죠.”

감정이 괴물이 되는 세계, 그 실험의 의미

전쟁은 왜 반복될까? 감정은 왜 제어되지 않을까? 《헬 이즈 어스》는 이 질문을 탐색 중심의 설계와 감정의 물리화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괴물은 단순한 적이 아닌 분노, 공포, 슬픔 같은 감정 그 자체이며, 주인공 레미는 사람을 직접 해치지 않는다. 이처럼 《헬 이즈 어스》는 폭력의 순환과 인간 감정의 근원을 묻는 실험적 구조를 통해, 흔한 액션 게임과는 다른 울림을 남긴다.

국내 유저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목표 지점도 없고, 적도 불분명하며, 이야기조차 감정을 따라 흘러간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2025년을 돌아봤을 때, 《헬 이즈 어스》는 실험적 서사와 몰입 설계를 가장 과감하게 시도한 게임 중 하나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 어둡고 조용한 작품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어떤 감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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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우
게임 저널리스트
어릴 적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게임 CD를 사러 가던 이시우 작가는 자연스럽게 게임 라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 스토리 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iGaming 콘텐츠 기획으로 활동을 넓혔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땐 예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팀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