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인 남성에게 잔소리 중인 어머니

게임은 ‘시간 낭비’? 오해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게임 그만하고 공부 좀 해!” 9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 중 이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산업 규모는 이미 영화나 음악을 넘어섰고, e스포츠나 스트리머, 게임 개발자처럼 게임을 중심으로 생긴 새로운 직업도 수두룩하다. 

목차
  1.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가 아직도 유효한 이유
  2. ‘모든 것 게임 탓’…언론과 정치가 만든 ‘중독’의 틀
  3. 게임으로 돈을 버는 시대
  4. 그런데 왜 아직도 “시간 낭비”라고 하나요?
  5. 게임, 이제 ‘정당한 취미’가 되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여전히 ‘중독’, ‘시간 낭비’, ‘비생산적인 취미’라는 편견에 시달린다. 왜일까? 단순히 세대 차이라고만 보기엔 이 오해는 너무 오래, 너무 넓게 퍼져 있다. 이 글에서는 게임을 둘러싼 낡은 시선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왜 여전히 완전히 사라지지 못했는지 살펴본다.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가 아직도 유효한 이유

잔소리에 귀를 막는 여성

입시와 스타크래프트, 처음부터 부딪친 운명

게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한국 사회는 ‘입시’라는 전통적 질서 위에 서 있었다. 당시 청소년층의 주요 여가가 PC방과 《스타크래프트》였던 반면, 부모 세대는 게임을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했다.

문화적 맥락도 있다. 영화, 음악 등은 이전 세대부터 있어왔지만,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매체였다. 누르는 것, 조작하는 것, 빠르게 반응하는 것 등은 어른들 눈엔 낯설고 불편한 활동이었다.

부모 세대가 겪은 ‘비생산적 게임’

PC방에서 밤을 새우거나, 오락실에서 용돈을 탕진하는 모습은 부모 세대에게 게임을 카지노 사이트 등 사행성 오락과 연결짓게 만들었다. 이후 등장한 모바일 게임 초기작들도 ‘가챠’, ‘과금 유도’ 중심이었기 때문에, 게임은 ‘돈만 쓰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취미’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모든 것 게임 탓’…언론과 정치가 만든 ‘중독’의 틀

서로를 가리키며 탓하는 손가락들

“게임 때문에 그랬대”… 반복되는 기사 프레임

2019년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자, 국내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게임 중독이 병으로 인정받았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마치 게임 자체가 위험물인 양 묘사하는 프레임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게임 탓’을 하는 식의 기사도 적지 않았다. 청소년 폭력 사건에서 게임을 언급하거나, 게임 도중 사망한 사례를 극적으로 조명하면서 게임은 자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제대로 된 맥락 설명이나 통계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2025년 미국에서는 극우 정치평론가 찰리 커크의 피습 사건 이후, 범인의 무기에서 3인칭 슈팅 게임 《헬다이버즈 2》 관련 정보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스팀, 디스코드 등 게임 플랫폼 CEO들이 미국 의회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또다시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프레임이 되살아난 셈이다.

정치권의 규제 중심 접근

게임 셧다운제 공식 이미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게임 규제 법안 ‘셧다운제’. 2021년 폐지되었다. 제공: 대한민국 정부

정치권 역시 게임을 ‘규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봐왔다. 셧다운제 도입부터, 확률형 아이템 공개 법안까지. 물론 유저 보호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그 방식은 게임을 ‘위험하지만 통제 가능한 물건’처럼 다뤘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의 목소리나 산업 생태계에 대한 고민은 정책 논의에서 자주 배제됐다. 이로 인해 “게임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만든 규제”라는 반발이 쌓여갔다.

게임으로 돈을 버는 시대

노트북에서 나오는 돈을 든 영웅

임요환에서 페이커까지, ‘프로게이머’의 등장

변화의 첫 신호는 e스포츠였다. 초창기엔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중심에는 ‘황제’라 불린 임요환이 있었다. 공부 대신 게임을 선택한 청년이 스타가 되는 모습을 지켜본 사회는 처음으로 “게임이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목격했다.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가 새로운 세대의 게임으로 자리 잡고, 그 안에서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살아 있는 전설이 탄생했다. 그는 ‘게임 중독’이 아니라 ‘두뇌와 피지컬을 갖춘 전략가’로 인정받으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게임 스트리머와 유튜버들도 큰 인기를 끌면서, ‘게임으로 먹고사는 삶’이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다. 아이가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장비를 사주거나, 직접 후원자가 되어주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혼자 하던 게임에서 다 같이 보는 콘텐츠로

예전엔 게임이 개인이 혼자 몰입하는 취미였다면, 이제는 시청자와 함께하는 콘텐츠로 변모했다. 실황 방송, 리액션, 하이라이트 편집 등 게임은 ‘보는 즐거움’도 함께 가지게 됐다.

또한 힐링 게임이나 감성 스토리 중심의 타이틀도 주목받으면서, 게임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받는 공간이 되었다. 이는 기존의 ‘폭력적이고 중독적인’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아직도 “시간 낭비”라고 하나요?

컴퓨터 위에서 펼쳐지는 세대차이

여전히 이어지는 세대 간 미디어 소비 격차

가장 큰 이유는 경험 격차다. 부모 세대가 익숙한 매체는 책, 신문, TV처럼 일방향적인 매체인 반면, 게임은 적극적으로 조작하고 반응해야 하는 인터랙티브 매체다.

또한 게임은 몰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매체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화면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서사와 전략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이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면, 게임은 여전히 ‘도대체 뭐가 재밌는지 모르는 세계’가 된다.

게임 내부의 유저 문화도 한몫

게임 포트나이트의 음성 채팅 모드인 델루루
《포트나이트》의 음성 채팅 모드 ‘델루루’ 이미지 제공: 에픽게임즈

게임 유저 커뮤니티 내부의 문제도 외부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유저 간 갈등, 혐오 발언, 비매너 플레이 등은 게임을 닫힌 집단, 혹은 공감하기 어려운 문화권처럼 보이게 만든다.

특히 신규 유저에게 배타적인 구조, 지나친 과몰입, 또는 지나치게 상업화된 시스템 등은 게임을 ‘몰입할 가치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신규 유저에게 배타적인 구조, 지나친 과몰입, 또는 지나치게 상업화된 시스템 등은 게임을 ‘몰입할 가치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포트나이트》 내 음성 채팅 모드인 ‘델루루’를 둘러싸고 유저 간 갈등이 벌어지며, 커뮤니티 문화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이런 구조는 외부인이 게임을 더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미지 회복에도 장애물이 된다.

게임, 이제 ‘정당한 취미’가 되는 중입니다

게임은 더 이상 소수만의 취미가 아니다. 지금은 영화나 음악보다도 큰 산업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게임을 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낭비”라는 낡은 시선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런 오해를 없애려면, 게임을 둘러싼 대화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왜 가치 있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언론이나 학교, 가정에서도 게임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고, “어떻게 즐겨야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이 당당한 취미로 자리 잡으려면, 우리도 게임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게임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아닐까?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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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우
게임 저널리스트
어릴 적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게임 CD를 사러 가던 이시우 작가는 자연스럽게 게임 라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 스토리 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iGaming 콘텐츠 기획으로 활동을 넓혔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땐 예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팀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