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 세계 게임업계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는 가운데, 《배틀그라운드》으로 알려진 크래프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해고 대신, ‘AI 중심 조직’ 전환을 선언하며 전 직원에게 “나가도 좋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조건은 파격적이다. 최대 36개월치 급여를 보장한다.
- “자율적 선택” 강조… 실상은 구조조정?
- 실적은 역대 최고… 그런데 왜 이 시점인가?
- 크래프톤의 AI 계획… 직원 대신 GPU?
- ‘자발적 퇴직’이 불러온 업계의 긴장감
- 게임은 잘 돌아간다… 하지만 개발 현장은?
“자율적 선택” 강조… 실상은 구조조정?
크래프톤은 지난 11월 12일, 전사 공지를 통해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Voluntary Separation Option Program)’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직급, 연차와 무관하게 전 직원이 신청할 수 있으며, 최대 3년치 연봉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회사 측은 “조직 슬림화 목적이 아닌,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자율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최근 대부분의 채용은 동결되고 있다. 신규 인력은 AI 및 핵심 개발 부문에만 제한적으로 채용 중이다. 사실상 ‘AI에 적응을 못 하겠으면 이직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적은 역대 최고… 그런데 왜 이 시점인가?
주목해야 할 점은, 크래프톤이 현재 재정적으로 위기에 처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8,706억 원, 영업이익은 3,4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 7.5%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배틀그라운드》와 모바일 버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수익이 주요 원동력이었고, 자회사 넵튠의 광고 기술 매출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은 인공지능 중심의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며, 채용을 줄이고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크래프톤의 AI 계획… 직원 대신 GPU?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 AI 도입을 적극 추진, “AI-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NVIDIA 기반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 인프라는 내부 업무 자동화뿐만 아니라 게임 내 AI 캐릭터 개발, ‘에이전틱 AI’ 도입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2026년부터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 모드에 도입될 예정인 ‘PUBG Ally’는 AI 분대원으로, 전투 상황에 반응하고 아이템을 나누며,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의사소통까지 가능하다. 크래프톤은 이 기술이 향후 모든 게임 포트폴리오에 확장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발적 퇴직’이 불러온 업계의 긴장감
AI 도입과 인력 구조 개편은 크래프톤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 이후 세가, 소니, 유비소프트, 라이엇 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가 줄줄이 감원을 단행해왔다. 특히 최근 스퀘어에닉스는 미국·영국 법인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AI로 품질 테스트의 70%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락스타 게임즈 역시 영국 스튜디오에서 노조 조직화를 시도하던 직원 30여 명을 해고해 ‘노조 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크래프톤의 방식은 한편으론 ‘정중한 구조조정’으로도 읽힌다. 3년 치 연봉은 업계 평균 이상의 파격 조건이지만, 회사 측이 “인력 감축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만큼, 내부 분위기 역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게임은 잘 돌아간다… 하지만 개발 현장은?
단기적으로는 유저가 이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고, 《서브노티카 2》, 《팔월 모바일》 등도 2026년 출시 예정이다. 언리얼 엔진 5 기반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2.0’도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들이 완성될 무렵, 개발 스튜디오의 풍경은 지금과 같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프로젝트 중심의 계약직 고용이 보편화된 게임 업계에서, AI가 인간을 ‘정중하게 대체’하는 또 다른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크래프톤은 “AI가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투자와 재편이 결국 사람을 향한 것인지, 인력 감축과 주주를 위한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데이트 날짜: 2025년 11월 13일 오전 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