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지사가 실제 교전 상황으로 착각해 공유한 영상이 게임 《워 썬더》 화면으로 밝혀지면서,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검증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도로 발달한 게임 그래픽 기술이 정치적 확산력과 결합해 대중의 판단을 흐린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 ‘Bye Bye’라며 공유했는데… 1947년 퇴역 함선 등장
- 중동 정세 악용된 ‘가짜 콘텐츠’ 기승
- 플랫폼 규제 강화 목소리… “디지털 리터러시 절실”
‘Bye Bye’라며 공유했는데… 1947년 퇴역 함선 등장
현지 기준 지난 1일,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 군함이 이란 전투기를 격추하는 듯한 영상을 게시했다. 애벗 주지사는 해당 영상에 “잘 가라(Bye bye)”라는 짧은 문구를 덧붙이며 미군의 군사적 성과를 치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영상 게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영상이 실제 상황이 아닌 군사 시뮬레이션 게임 《워 썬더》의 플레이 장면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영상 속 함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운용되다 1947년 퇴역한 미국 전함 ‘USS 테네시(USS Tennessee)’ 모델로 확인됐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과거의 전함’과 ‘현대의 전투기’가 게임 속에서 맞붙은 장면을 실제 상황으로 오인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주지사 측은 게시물을 즉각 삭제했으나, 별도의 공식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중동 정세 악용된 ‘가짜 콘텐츠’ 기승
이번 해프닝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 시설을 공격하며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감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발생했다. 자극적인 전쟁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친(親) 트럼프 성향 계정 등에서 유포된 검증되지 않은 영상이 정치인의 SNS를 타고 급격히 확산된 것이다.
실제로 《워 썬더》를 제작한 가이진 엔터테인먼트의 게임이나 《아르마》 시리즈 등 물리 기반 엔진을 사용하는 최신 게임들은 광원 효과와 타격감이 매우 정교해, 저화질로 유포될 경우 전문가조차 실제 드론 영상이나 바디캠 영상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쟁 관련 영상과 함께 폴리마켓 등 예측 시장 플랫폼에서도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급증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영상과 정보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플랫폼 규제 강화 목소리… “디지털 리터러시 절실”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영상이 실제 뉴스처럼 둔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 국영 매체가 게임 장면을 시리아 전투 영상으로 송출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드론 공격 영상으로 둔갑한 게임 클립이 유포된 바 있다.
이처럼 정보 혼선이 가중되자 SNS 플랫폼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X(구 트위터)는 최근 실제 전쟁처럼 보이는 AI 생성물이나 조작된 콘텐츠를 명확한 표기 없이 공유할 경우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고해상도 그래픽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보는 것이 곧 진실’인 시대는 끝났다”며 “특히 공인이나 공공기관이 SNS 정보를 인용할 때는 다각도의 팩트체크를 거치는 엄격한 필터링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데이트 날짜: 2026년 3월 4일 오전 4:41